
주식 시장이 전반적인 상승세, 즉 상승장(Bull Market)에 접어들면 투자자들은 흔히 '모든 종목이 오른다'는 낙관론에 휩싸이기 쉽습니다. 실제로 상승장에서는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대형 우량주나 테마를 주도하는 성장주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종목들 뒤에는 시장의 열기에 가려져 아직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숨겨진 보석', 즉 저평가 종목들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진정한 가치 투자자에게 상승장은 단순히 수익을 즐기는 기간이 아니라, 시장의 관심을 덜 받는 저평가된 우량 종목을 선별하여 다음 단계의 시장 주도주로 전환될 잠재력을 확보하는 '가치 매집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상승장의 특징은 자금이 시장 전체로 고르게 확산되기보다는 특정 섹터나 테마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가려진 종목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가치 분석 기준에 더해 시장의 심리와 자금의 순환을 이해하는 고도화된 전략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투자했다가는 장기간 소외되거나 펀더멘털이 약한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으므로, 상승장 속 저평가 종목 발굴은 '객관적인 지표 분석'과 '시장 심리 역이용'이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상승장 속에서 소외되어 있는 진정한 저평가 종목을 발굴하고 성공적인 투자로 연결시킬 수 있는 세 가지 핵심 전략, 즉 '상대적 가치 평가 지표를 통한 스크리닝', '자금 순환 지연 섹터 분석 및 인내', 그리고 '숨겨진 비현금성 자산과 성장 잠재력 평가'에 대해 구체적이고 전문적으로 분석하겠습니다.
1. 상대적 가치 평가 지표를 통한 스크리닝: '싸지만 좋은' 종목 선별
상승장에서 저평가 종목을 발굴하기 위한 첫 번째 핵심 전략은 시장 전체의 높은 밸류에이션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종목을 찾아내는 상대적 가치 평가 지표 스크리닝입니다. 시장 전체의 PER(주가수익비율) 평균이 높아지는 상승장에서는 절대적인 PER 수치만으로는 저평가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특정 종목이 '동종 업계 내에서, 혹은 과거 평균치 대비' 얼마나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상대적 비교가 필수적입니다. 이 스크리닝 과정은 시장의 광풍 속에서도 이성적인 투자 기준을 유지하게 하는 가장 객관적인 방어선 역할을 합니다.
가장 유용하게 활용되는 상대적 가치 지표는 낮은 PBR(주가순자산비율)과 EV/EBITDA(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입니다. PBR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장부상의 순자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주가가 기업의 청산 가치 대비 저평가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상승장에서 많은 성장주가 높은 PBR을 기록할 때, 여전히 PBR이 1 미만이거나 산업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기업을 찾는 것은 안전 마진(Margin of Safety)을 확보하는 고전적인 가치 투자 접근법입니다. 다만, PBR이 낮더라도 오랫동안 소외된 기업은 자산의 비효율적 사용이나 사업 구조의 문제(가치 함정, Value Trap)를 내포할 수 있으므로, 동시에 ROE(자기자본이익률)가 최소한 자본 비용보다 높은지를 확인하여 '싸지만 좋은' 종목을 선별해야 합니다. 낮은 PBR이면서 꾸준한 ROE를 유지하는 기업은 숨겨진 저평가 우량주인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EV/EBITDA 지표는 부채를 포함한 기업가치(EV, Enterprise Value)를 현금 창출 능력인 세금 및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과 비교하여, 자본 구조가 다른 기업들 간의 비교를 용이하게 합니다. 이 지표가 동종 업계 평균이나 시장 평균 대비 현저히 낮다는 것은,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 대비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막대한 설비 투자를 진행하는 제조업이나 인프라 산업의 경우 감가상각비가 커서 PER이 높게 보일 수 있지만, EV/EBITDA는 이러한 비현금성 비용의 영향을 배제하고 순수한 영업 현금 흐름 창출 능력만을 보기 때문에 저평가를 판단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이처럼 상승장에서는 PER뿐만 아니라 PBR과 EV/EBITDA와 같은 다각적인 상대적 지표를 활용하여, 시장의 열기가 미처 닿지 않은 견고한 펀더멘털을 가진 기업을 체계적으로 스크리닝 하는 규율이 중요합니다.
2. 자금 순환 지연 섹터 분석 및 인내: 시장 소외를 기회로 역이용
상승장 속 저평가 종목이 발생하는 두 번째 이유는 자금의 순환(Sector Rotation)이 아직 도달하지 않았거나, 시장의 주된 관심사에서 벗어난 섹터에 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주식 시장의 자금 흐름은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하나의 주도 섹터(예: 기술주)에서 수익을 실현한 후, 그 다음으로 저평가되었다고 판단되는 섹터(예: 금융주, 산업재, 경기 방어주)로 순차적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승장 초기에는 대형 성장주나 주도 테마에 자금이 집중되지만, 시장의 열기가 무르익을수록 자금은 아직 오르지 않은 섹터로 확산됩니다. 저평가 종목을 발굴하는 것은 이 '자금 순환의 시간차'를 활용하여 인내심을 가지고 매집하는 전략입니다.
이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소외 섹터를 파악하고, 그 소외가 '일시적인가' 아니면 '구조적인 문제'인가를 구분하는 통찰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시장이 기술주에만 몰두할 때 필수 소비재, 유틸리티, 또는 전통 금융주 등 경기 방어적이거나 가치주 성향이 강한 섹터는 상대적으로 낮은 주가 상승률을 보이며 소외될 수 있습니다. 이 소외가 해당 섹터의 펀더멘털 악화가 아닌, 단순한 투자 심리의 편중 때문이라면, 이는 곧 다가올 자금 순환의 수혜를 입을 잠재적인 저평가 기회로 해석되어야 합니다. 투자자는 이들 소외 섹터 내에서 꾸준히 현금 흐름을 창출하고 배당을 지급하며, 재무 건전성이 탄탄한 기업을 선별하여 인내심을 가지고 분할 매수해야 합니다.
성공적인 저평가 투자는 '인내심(Patience)'이라는 정신적 무장을 요구합니다. 상승장 속에서도 자신이 투자한 종목만 오르지 않는 상황은 투자자에게 소외감(FOMO)과 후회 회피 편향을 자극하여 원칙을 포기하고 뒤늦게 급등주로 갈아타게 만드는 유혹을 던집니다. 장기 투자자는 자신이 분석한 펀더멘털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시장의 소음을 무시하며 자금 순환이 도달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워렌 버핏이 "시장은 인내심 없는 사람들의 돈을 인내심 있는 사람들에게 옮기는 장치"라고 말했듯이, 상승장 속 소외 섹터에 대한 투자는 시장의 비효율성과 심리적 편향을 역이용하여 더 큰 수익을 창출하는 역발상적 전략의 핵심입니다. 저평가라는 것은 결국 '시장이 아직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음'을 의미하며, 인내심은 그 시간이 도래할 때까지 자본을 묶어둘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투자 자질입니다.
3. 숨겨진 비현금성 자산과 성장 잠재력 평가: 장부가치 이상의 가치 발굴
상승장 속에서 진정한 저평가 종목을 발굴하는 세 번째 심층적인 방법은 기업의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은 '숨겨진 자산'의 가치나 현재 이익에는 포착되지 않은 '잠재적인 성장 동력'을 찾아내는 통찰력에 달려 있습니다. 전통적인 가치 지표(PBR, PER)만으로는 포착이 어려운, 장부가치 이상의 가치를 발굴하는 이 접근법은 고도화된 분석 능력을 요구합니다.
첫째, 장부 가치에 미반영된 비현금성 자산의 재평가입니다. 일부 기업은 역사적으로 저렴하게 취득한 부동산, 특허, 라이선스, 혹은 현금성 자산 등을 장부가에만 기록하고 있어, PBR이 1 이하로 낮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을 다량 보유한 제조 기업이나 금융 지주사의 경우, 자산 재평가나 매각을 통해 주가에 반영될 수 있는 막대한 잠재적 가치(자산주로서의 가치)를 품고 있습니다. 투자자는 이러한 기업의 자산 목록을 상세히 분석하여, 시가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순자산 가치가 장부가치보다 현저히 높은 기업을 발굴해야 합니다. 또한, 유형 자산 외에 무형 자산(고객 데이터베이스, 강력한 브랜드 가치, 시장 지배적인 네트워크 효과) 등도 재무제표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숨겨진 자산으로 평가될 수 있으며, 이를 정성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현재 이익 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꿀 잠재적인 성장 동력 평가입니다. 상승장 속에서도 저평가된 기업 중 일부는 '과거의 사업 모델' 때문에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고성장 사업(예: AI 전환, 신재생 에너지 투자, 핵심 기술 개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 투자 성과가 아직 매출이나 이익에 포착되지 않아 PER이 낮거나 PBR이 저평가되어 보이는 것입니다. 투자자는 기업의 CAPEX(자본적 지출) 내역, R&D 투자 비율, 그리고 신규 사업 부문의 비전을 분석하여, 현재의 낮은 밸류에이션이 곧 '성장 잠재력 대비 저평가'로 전환될 수 있는 변곡점을 찾아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 제조 사업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미래 유망 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기업은 시장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는 순간 주가가 폭발적으로 재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저평가 종목 발굴은 단순히 숫자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기업의 미래 변화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해석 능력을 요구하는 가치 투자자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상승장 속 저평가 종목을 찾는 것은 상대적 가치 지표를 통한 객관적인 스크리닝, 자금 순환의 시간차를 활용한 소외 섹터 매집과 인내, 그리고 숨겨진 자산 및 잠재적 성장 동력 발굴이라는 세 가지 전략을 통해 가능합니다. 상승장일수록 시장의 열기에 휩쓸리지 않고, '싼 가격에 훌륭한 기업의 미래 가치를 산다'는 가치 투자 철학을 고수할 때, 비로소 다음 단계의 시장 주도주를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포착하게 될 것입니다.